Statement
이제는 더이상 미술관에서 소리를 듣는 것이 낯설지 않다. 하루가 다르게 “사운드아트”로 총칭되는 작품 수가 늘고 있고, 그만큼 소리 작업에 열중하는 작가들도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리를 활용한 혹은 소리에 대한 작품들은 대체로 시각적인 기반을 갖는 작품보다 낯설고 어렵다. 이는 사운드아트가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갖고 있는 탓에 아직 정형화되지 않은 새로운 작업들이 끊임없이 출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운드아트의 난해함을 토로하는 이들이 관객 혹은 작가군에서 머물지 않고, 큐레이터와 평론가들 속에서도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겪는 곤혹스러움은 그들의 이론과 문장에 그대로 반영되는데, 이는 형성기를 겪고 있는 새로운 예술적 시도에 대한 그릇된 가르기와 오역을 낳게 된다.
수 십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여전히 사운드아트가 난해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비단 장르의 내부적 문제만은 아닌 것이다. 근대를 넘어 포스트모던의 지평에서 예술을 읽는 이들은 이러한 난해함을 극단으로 밀어붙인다. 이들은 마치 예술의 종말이 선언된 이후 어떠한 예술도 자신들이 펼치는 해석의 지평을 벗어나 이해될 수 없다는 배타적 확신으로 글을 쓰는 듯하다.
나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예술을 감상한다는 게 정확히 어떤 행위를 가르키는 것인지, 작품을 마주하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예술 또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의 일면이라는 최소한의 전제만으로 작품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한지. 이하의 작업들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한 여러 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