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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관념의 세계를 떠날 수 없으며, 동시에 실재계를 공유하는 존재이다. 우리에게 관념이 어떻게 형성되어지는가를 생각할 때 인간은 자신의 환경 속에서 만들어지는 경험과 학습에 의해 세상을 지각하고 그 내용들은 관념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인간의 관념의 세계는 나의 영상작업을 창작하는데 있어서 기본적인 대상이며, 틀로써 작용한다. 즉 영상을 통해 관념의 세계를 여행하는 것이다. 영상이 보여주는 이야기들은 가설을 통한 하나의 시뮬레이션임에도 불구하고 매체적 특성으로 인해 인간의 삶과 지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러한 영향권에서 만들어진 우리의 지각은 다분히 문화적인 관점을 갖고 있으며, 그 관점은 우리의 삶 속에서 습관을 통해 다시 재현되기도 한다. 이처럼 영상이 주는 학습은 우리의 삶을 조정하며, 실재계 속에서 지각의 혼란과 괴리를 만들 뿐만 아니라 시간과 공간의 혼재를 가져오며 우리의 관념을 지배한다. 다시 말해 영상이란 매체가 우리의 삶속에 친숙해 지면서 우리는 학습되어 진 관념과 실재계 사이에서 혼란과 괴리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혼란과 괴리의 경험은 나의 작업의 연장선에 놓인다.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나의 영상과 설치작업은 혼란과 괴리의 공간을 재현하고 극대화시킴으로써 감상자에게 그 공간을 스스로 인식하게 만들고자 하며 동시에 우리에게 관념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따라서 나는 나의 작업 속에서 영상매체가 갖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시퀀스 스토리전개 방식(montage), 상징적 코드에 재현(mise en scène)등의 영상언어를 해체하고 조합하여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최근 나의 작품 MONTAGE 시리즈는 우리 사회에서 광기와 공포 그리고 정신분열로 대변되는 미디어와 자본주의 시스템에 관한 담론을 담고 있다. 그것은 자본주의에 의해 물화가 되고 미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이 미친 줄도 모르고 사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들로 마치 영화에서 나 나올법한 인물들 같다. 게다가 영상(이야기)과 실재를 혼재시키며 살아가는 그들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우리와 관계되어 있으며 영화적으로 스스로 반영된 인간의 모습이다.
 

내러티브와 인터랙티비티가 뒤섞인 나의 작업들은 마치 영화와 같은 이야기 실제의 물리적 공간에서 관람자에 의해서 펼쳐지는 내러티브를 감상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영화의 요소와 인터랙티브 장치가 혼재하는 MONTAGE 시리즈는 다양한 예술가들의 영화확장실험을 계승하면서 많은 대중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예술작품이 되기를 시도한다. 작품에서 친숙한 영화적 요소들은 관객들이 작품에 거부감 없이 접근하고 보다 몰입적인 감상을 하기 위한 수단이며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선택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만드는 인터랙션 장치는 관람자와 작품과의 관계를 더욱 가깝게 하면서 작품의 의도와 분위기를 잘 전달하기 위한 도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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