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이미지에서 표출된 예술적 사유, 그리고 문명사회의 내러티브
오윤철(예술철학 박사)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접하게 되는 물리적 대상이나 비물질적 대상을 어떻게 표현하는가는 작가마다 다르다. 특히 최근 들어 사진과 비디오 설치 등의 매개체를 이용하여 그것을 새로운 기호로 재생성하고 회화적 언어로 나타내려는 움직임들이 일고 있다.
박상화 작가, 그는 이 과정을 통해, 문명사회문제를 은유적이고 절제된 영상미로 이야기한다. 그는 3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본관에서 개최되는 봄맞이 특별 기획전 ‘나비의 꿈’전에 초대되어, 투명 스크린에 나비를 투영시킨 <休>를 출품했다. 그는 이 전시에서 새로운 방식의 영상실험 작품인 입체 투명 스크린에 영사을 투사해서 입체 공간에 휴식의 공간으로서의 영상 숲을 만들어 내는 작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까지 발전한 그의 예술적 고행과 냉철한 작품세계를 들여다보자.
박상화는 미디어아트 작가로, 특히 호남 지역의 선구적인 젊은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박상화의 작품 세계를 간간이 듣긴 했지만 직접 작품을 볼 수 있게 된 것은 ‘2010년 대동문화재단의 레지던시 프로그램’ 덕분에 레지던시 작가의 기획 평론을 담당하면서 였다.
박상화 작가의 열정, 그리고 만남
박상화의 작품에 나타난 독특한 조형적 기호 이미지는 내러티브와 회화적 사유라는 두 가지 인상을 남기고 있다. 내러티브란, 작가가 영상이미지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은유적인 암시 즉, 인간의 욕망, 욕구, 문명사회의 비판적 견해, 나아가 생명의 소멸과 탄생에 대한 뛰어난 해석력과 통찰력에서 오는 인상이다. 그리고 회화적 사유란, 그가 장치(Installation) 작업을 하고 있지만 영상이미지를 회화적 언어로 변용을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는 인상이었다. 이것은 회화의 조형적요소를 완전하게 파괴하지 않는 채 그것을 영상이미지로 치환하여 관람자로 하여금 마치 하나의 회화작품을 보는듯한 착각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박상화는 처음에는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했다. 하지만 졸업 이후 실험적인 매체를 이용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1995년에 개회된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인 ‘인포아트전(Inforart)’은 국내에서 처음 열린 미디어 아트 전이였다. 더욱이 비디오 아트의 세계적인 작가 백남준씨의 적극적인 참여는 국내 젊은 미디어 작가들에게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박상화작가도 이 전시를 계기로 미디어 아트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후, 2000년 서울 국제 미디어 비엔날레가 처음으로 개회되면서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미디어 아트의 활성화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박상화작가가 미디어 아트를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이었다. 당시만 해도 중앙에 비해 호남 지역의 미디어 아트는 지역척 폐쇄성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따라서 그는 미디어 아트의 황무지를 홀로서서 개척해야만했다. 그는 “당시 국내에서 영상미술이 아직 활성화 되지 않은 시기라 영상장비들의 사용에 대한 노하우나 영상편집 및 그래픽 프로그램들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매우 제한적 이었다.”고 말했다.
생성, 소멸, 그리고 순환성
하지만 그는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처음에는 그래픽 프로그램들과 관련서적들을 구해서 독학을 해나갔다.”면서 “돈이 조금 생길 때면 영상장비들을 하나둘씩 모아서 실험 및 작품제작을 하는 형편이었다.” 고 말한다.
박상화는 “영상작품을 구사하는 자신만의 표현 언어와 내용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와 사유의 시간이 필요”하며, “상상하는 바를 표현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구사하기 위해서도 많은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예술적 고행을 묵묵히 거치면서 그는 미디어 아트 작가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1998년 광은 갤러리에서 열린 PASS의 그룹전에 그의 최초 영상설치 작품인 <Song of SUN>을 출품했다. 이작품은“태양의 모습을 형상화한 철조각과 태양을 모티브로 해서 제작한 3D에니메이션 영상을 컴퓨터 모니터에 설치해서 전시한 작품”이었다. 이후, 박상화는 2003년 광주지역 최초의 영상그룹 인 ‘VIEW’를 조직하고 2004년에 ‘무등갤러리’에서 창립전을 하면서 호남 미디어 아트의 전개를 담당할 역량 있는 선구적인 젊은 작가로 인정받게 된다.
박상화, 그의 작업은 일상적인 문명으로부터 소재를 취하고, 그 소재를 은유적인 형상화를 통해 접근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는 가시적이거나 혹은 비가시적인 세계를 자연그대로 그려내는 것이 아닌 인공적인 접근을 거쳐 해체하고 조합하는 형식을 통해 그 대상의 본질적인 요소를 찾으려고 하는 것이다. 특히, 박상화가 직접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인간 삶의 궁극적인 존재의미와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하는 1999부터 2004년까지의 일련의 작품 <Tower of babel>, <야생화>등은 그가 그리는 영상 이미지에 창조적 원유의 내러티브가 놓여있다. 이것은 표면적으로 ‘자연’과 ‘문명’이라는 두 가지의 테마로 구분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생태학적 유기성을 내포 하고 있다. 이 생태학적 유기성이란, 생성과 소멸, 변형, 반복 그리고 순환적 과정을 거치는 자연의 숭고를 구조화했다고나 할까. 그의 일련의 작품들은 그 소재가 되는 일상적인 대상을 디지털 그래픽 방식을 통해 앞에서 언급한 네 가지 대응방식으로 인위적인 조작이 가해진다.
다감각적 영상 이미지가 회화작품처럼
이 결과로 얻어지는 구조물 혹은 비구조물의 형상은 마치 구상회화가 추상회화로 변모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박상화에 의하면, “인간의 욕망과 문명 그리고 이들의 사라짐의 과정을 통해서 인간이 집착하고 있는 대상과 인간 존재의 무력함을 자각하게 되는 과정...‘들풀’의 내재된 아름다움과 생명력, 가치의 문제”를 조형적 언어로 재해석하려는 시도였다는 것이다. 박상화는 일상적 삶에 대한 체험을 통해서 얻어지는 평범한 대상물의 가치속에서 ‘자연’과 ‘문명’이 내포하고 있는 어떤 속성을 보여준다. 이는 이분법적인 구조가 아닌 하나의 유기적인 전체 구조로 이해하고 파악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동일한 개념으로, 작가가 좀더 구체적으로 발전시킨 최근 2008에서 2010년까지의 일련의 작품<Inner dream>, <Money fall>은 우리 삶의 공감대를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소재인 대상물로 접근한다. 이를테면 아파트, 지폐, 동전 등은 작가의 ‘인간의 가치’문제를 지칭하는 구체적인 소통 매개체가 된다. 이러한 작가의 내러티브를 제외하고더라도 눈여겨 볼 것이 있는데, 그의 영상미가 보여준 회화적 사유가 바로 그것이다. 이 ‘회화적사유’란 “영상이미지를 연출함에도 관람자로 하여금 마치 하나의 회화 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이 유형의 특징은 전통적인 미술의 조형요소를 영상이미지의 다감각적인 체험 통해 적극적으로 관객과 소통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문명세계의 대상들을 통해 관객과 소통의 길을 열어가는 그에게 어떤 영상 이미지가 떠오를까. 좀더 두고볼 일이다.
박상화의 영상 숲을 노닐다
2013년 3월 13일
조인호 (광주비엔날레 정책연구실장, 광주미술연구소)
롯데갤러리 쪽은 넓은 전시공간 중간에 한 작품만을 설치하여 스크린으로 둘러쳐진 사각의 공간 안팎에 비춰지는 영상을 감상하도록 했고, 아시아문화마루는 컨테이너 구조물의 좁은 통로같은 좀더 밀폐된 공간에 영상을 설치하여 집중력을 높이고 있다.
물론, 작품에 맞춰 밀도 있게 공간을 만들지 못한 전시장의 조건과, 반투명한 스크린에 해상도가 욕심 만큼 높지 않은 프로젝터로 영상을 쏘다보니 이미지가 선명하지못하고, 사계자연의 현장감이 생생하지 못한 이미지작업의 어설픈 점이 연구과정의 시행착오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소통의 영상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한 집중적인 시도와 연구는 더 나은 작업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번 두 곳의 전시 가운데 롯데갤러리 전시에 대해 기획자인 큐레이터 고영재의 글을 통해 작품의 속내를 좀더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 있을 것 같다.
문명과 자연, 순환의 환영에서 이끌어내는 서사
고영재 (광주갤러리 광주점 큐레이터)
예술의 소재 혹은 메시지의 동기 부여가 되었던 ‘꺼리’의 범주에서 끊임없이 지속될 이야기, 아마도 화두는 ‘현재’가 아닐까 싶다. 창작자는 응당 삶의 유기적 구조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는, 본질적으로 그 주관을 포함하는 화두에 천착하기 마련이다. 미디어 아티스트 박상화가 서술하는 그 ‘꺼리’또한 우리의 현재와 유관한 것들이다. 누구나 체감했을 법한 문제의 단상들이 현란한 매체를 통해 관람자의 시야로 전달된다.
<그림의 떡>, <Tower of babel>과 같은 그의 초기작들이 자본주의와 현대 물질문명의 네거티브한 측면을 강조했고, 더불어 자연의 생명력 혹은 그 순환의 의미 따위를 문제 제기의 연장선상에서 줄곧 병치시켜왔다. 작가가 직접 제기하는 질문, “인간 삶의 궁극적인 존재 의미와 가치는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 찾기는 ‘자연’과 ‘문명’이라는 대비되는 테마 안에서 유기적으로 제고되고 있다. 시장, 상인, 오래된 동네의 작업 소재들은 그 과정에서 파생된 일상적 범주의 서사였지만, 이후 본격화된 단채널 비디오와 비디오 조각 형식의 작품<이너드림Inner dream>연작에서는 일상의 평범한 공간 속에 자연의 이미지를 대입시킴으로써, 시각적 흥미 외의 ‘현실에서의 일탈’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바닷물이 차오르고 이내 거대한 물줄기가 흘러내리는 아파트, 공기 주변으로 소멸했다가 다시 생성되는 화초 등,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생된 현대인의 주변은 초현실주의의 의외성과 유사하게 발상, 혹은 감성의 전환을 유도한다.
문명에서 파생되었거나 자연에서 생성된 모든 개체들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형상, 박상화 작가는 그 과정 안에서 찾을 수 있는 지속적인 가치가 무엇인지를 미디어 아트의 장르적 속성을 통해 대중에게 어필하고 있다. 매체 자체가 지닌 독특한 특질, 즉 대중에의 파급효과가 큰 의사소통의 수단을 활용하는 미디어 아트는 보는 이의 의식과 감성에 보다 적극적으로 호소할 수 있다. 작가는 척박한 지역미술의 한계 상황에도 불구하고, 90년대 후반부터 영상 매체와 테크놀러지를 이용한 미디어 작업에 꾸준히 몰입해왔다. 매체가 지니고 있는 이점과 자유롭고 다양한 표현기법을 실현하며 그만의 소통 영역을 확장해 온 것이다.
최근 선보이고 있는 <영상의 숲>작업 또한 보은 이와의 소통의 문제를 고민한 결과물이다. 이전의<Money fall>, <Flower fall>시리즈에서 발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상물로의 접근 방식이 소재의 정형을 통한 관람자와의 피드백이었다면, 전시장 내부에 숲의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구축한 영상 설치작업은 미디어의 인터랙티브한 속성을 적극 활용한 예이다. 작가는 이와 관련해 “전시장이 더 이상 일방적인 감상의 공간이 아니라 작품 속에서 만지고, 거닐고, 상호 반응하면서 작품을 경험하고 사유하는 공간이 되어, 전시공간 자체가 하나의 큰 작품이자 소통의 공간이 되도록 하는 데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서술한다. <휴 休>, 공동작업<숲, 숨, 쉼 그리고 집>, <Forest and City Illusion>작업에서는 문명 속의 현대인이 근원적인 쉼의 장과 조우할 수 있기를 바란다.
'Into the Landscape'라는 이번 전시의 주제는 단순히 대상을 조망하는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문명과 자연을 아우르는, 우리가 호흡하고 있는 모든 대기와 그 생명력에 깊숙이 들어가보기를 요구한다. 진화인가 창조인가의 범주를 떠나서 인간을 에워싸는 외부세계의 생명력, 즉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거나 혹은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외부세계의 유기적 구조와 에너지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가치를 찾기를 원한다.
문명의 눈부신 발전에서 비롯된 미디어, 그리고 이를 이용한 예술, 어찌 보면 미디어 아트는 단일화된 양식의 범주가 아니라 매체 자체의 속성, 즉 매체 자체로 이해해도 거리낌이 없다. 대중에게 가장 친밀한 수단을 통해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미디어 아트, 그 다채로운 매력은 정형화되거나 혹은 양식화된 테크놀러지의 공해가 아닌 ‘현재’에 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이며, 무엇보다 논점을 ‘인간 삶’에 맞추는데 의의가 있을 것이다. 박상화 작가가 제시하는 소통의 미학이 미디어와 어우러지는 형태, 즉 현대적 매체가 함축하는 금속성의 기운을 넘어 감성적인 에너지를 전달하는 이유도 이 점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현실과 환영 사이에서 감성을 자극하고 체감의 영역을 확장하는 미디어의 힘, 그 소통의 현장에 함께 하기를 권유해본다.
A narrative spun out of the illusion of civilization, nature and cycle
The story that will continue in the category of 'stuff' which motivates the subject matter or the message of art, or topic should be the 'present'. An artist, necessarily tied to the organic structure of life, is bound to delve into the topic that essentially includes his or her subjective view transcending the individual dimension. The 'stuff' that is narrated by media artist Park Sang-hwa is also related to our present. The fleeting thoughts on the problem that may have been experienced by anybody are presented to the spectator's view through the flamboyant media.
His early works like Pie in the Sky and Tower of Babel emphasized the negative aspects of capitalism and the modern civilization, and has juxtaposed such questions as the vitality of nature and the meaning of its circulation in the way of raising a problem. The task of finding an answer to the question raised by the artists himself, "What are the ultimate meaning and value of human life?" is addressed in an organic way inside the theme of the contrast between 'nature' and 'civilization'. The old subjects of marketplace, merchants, and old town constitute the narrative of a quotidian type, but the ensuing serial works of Inner Dream in single-channel video and video sculpture place the images of nature inside the banal space of daily life, thus featuring the message of 'escape from the reality' added to the visual fun. The surroundings of the contemporary humanity rendered in computer graphics, featuring an apartment where the sea water rises full before it soon flows down and flowers that vanish into the surrounding air before they regenerate themselves, induce change in ideas or sensibility like the surrealist
unexpectedness.
Tapping into the generic trait of media are, Park appeals to the public asking what sustainable value can be found in the form in which all individuals derived from civilization or created in nature repeat generation and annihilation. As it utilizes the unique attribute of the medium as the medium of communication of with great influence on the public, media art can aggressively appeal to the viewer's consciousness and sensibility. Despite the marginal status of the desolate art world in the region, the artist has since the late 1990s steadily focused on the media work that employs visual medium and technology. In a nutshell, he has broadened his area of communication by realizing the advantages and the various expressional techniques possessed by the medium.
The recently presented work of The Forest of Videos is also an outcome of his soul-searching on the communication with viewers. While the approach to the specific objects that can be found in the previous series of Money Fall and Flower Fall was a feedback with the audience through the finiteness of the material, the video installation that built specific image of a forest inside the exhibition room has exploited the interactive aspect of media. The artist comments: "I have invested important meanings in seeing to it that the exhibition space serves as a large-sized work and space for communication, by making sure that it stops being a venue for unilateral appreciation and becomes a space in which people move around artworks, touching, walking and interacting to experience and think about them. Through the works of Rest, the joint work of Forest, Breath, Rest, and Home, and Forest and City Illusion, I have hopes that the contemporary humans living in civilization can mingle with the originary resting place.
The theme for this exhibition, "Into the Landscape', urges us to abandon the simple, passive contemplation of the objects and enter deep into the whole atmosphere and its vitality that encompass nature and civilization. I hope that, breaking out of the categories of evolution and creation, we regain our lost values in the vitality of the outside world that surrounds the humanity, that is, the organic structure and energy of the outside world that repeats generation and annihilation or endless change.
As media has evolved through the splendid development of civilization into art, media art can best be understood out of the category of uniform style as medium itself in terms of its attributes. The colorful attraction of media art that delivers diverse messages to the public through most intimate means does not lie in the pollution of the typified or stylized technology but should lie in continuous questioning of the 'present', and more than anything else, in focusing its argument on 'the human life'. I think it is for this reason that artist Park's esthetics of communication delivers the sentimental energy, going beyond its blending with media, that is the metallic force implied by the contemporary medium. It is my recommendation that the audience will experience the strength of media that plying betwixt reality and illusion stimulates sensibility and broadens the sphere of bodily sensation by joining the communication as it happens.
Go Young Je Lotte Gallery Gwangju curator
가상과 현실, 가상 속의 가상으로서의 미디어 아트
장석원(전북도립미술관 관장, 미술평론가)
며칠 전 백남준아트센터에서 벽에 써붙인 그의 어록을 읽을 수 있었다.
「나의 실험 TV는 ’완전범죄‘를 가능하게 한 최초의 예술(?) 형식이다........... 나는 단지 다이오드를 반대 방향으로 바꿔 끼워 넣어서 “파동치는” 네거티브 이미지의 TV를 얻었다. 나의 아류들이 똑 같이 트릭을 쓴다면, 결과는 완벽하게 똑 같을 것이다............. 이것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의미한다..........
나의 TV가 내 개성의 표현이 아니라,
단지 “물리적 음악”일 뿐이라는 것을.」
미디어 예술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거인의 면모는 엉뚱한 곳에서 발견된다. 멀쩡한 TV의 다이오드를 바꿔 끼워 넣어서 파동치는 네거티브 이미지를 만들어 내어 이것을 예술에 적용시켰던 최초의 인물….
10년 전 광주비엔날레에서 일하고 있던 나는 당시 광주의 젊은 미디어 작가였던 박상화를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의 기획 전시에 추천했다. 박상화는 ‘그림의 떡’이라는 제목으로 설치 영상 작품을 출품하였다. 100개의 쌀 가마니가 쌓인 형태 사이로 10여개의 모니터를 집어넣어 햄버거, 피자, 치킨, 음식 및 과자 광고를 넣고 천정에 매달린 1대의 모니터에는 굶주린 아이가 쌀 가마니 쪽을 바라보는 영상이 나타나는 작품이었다. 현대 자본주의의 물질의 풍요와 낙후 지역의 어찌할 수 없는 빈곤의 대비가 작품의 초점이었다. 이 작품 제작에 드는 비용 때문에 그는 당분간 작품 활동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2002년 ‘Tower of Babel'에서 그는 자본의 상징인 뉴욕 무역센터가 먼지로 변하는 영상을 만들어 여전히 물질주의를 표방하는 현대적 삶의 양상에 비판적 메스를 가했다.
2009년 대인시장의 초청 전시에서는 시장을 가로지르는 통로 위에 돈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영상을 설치해 주목을 받었다. 시장이란 돈벌이에 민감한 곳이고 이곳을 지나 다니는 상인들, 손님들에게 돈벼락이라도 맞으라는 메시지로 보였다.
2010년 솔라 이클립스 롯데갤러리 초대전에서 그는 아파트 모양의 구조물에 구름, 새, 폭포, 눈동자가 나타나는 영상을 삽입했다. 아파트 창문이 열리고 닫히는 사이에 구름이 흘러나오고, 폭포가 떨어지며, 붉은 꽃들이 바람에 날린다. 최종적으로는 껌벅이는 눈동자가 각실마다 나타나다가 건물 전체를 뒤덮는다.
꿈 속의 꿈, 가상 속의 가상이랄 수 있는 이미지의 변신의 그의 작품에서 실제처럼 일어나고 있다. 미디어는 현실 공간을 가상으로 바꾸고, 더 나아가서 가상 속에 또 다른 가상을 만들어낸다. 그는 다른 백남준의 아류들처럼 다이오드 하나를 반대 방향으로 끼워 넣은 것일까? 아니면 여러 개의 다이오드를 바꿔 넣었을까? 하나씩? 동시에? 무엇을 위하여?
2008년작 'Inner dream-house'에서는 아파트 실내 공간 내부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벌여지는 현상들을 보여준다. 벽에 걸린 액자에서 폭포가 방 안으로 떨어지고, 식탁의 접시가 흘러내리며, TV가 몇 대씩 분화되어 바닥에 눕고, 벽에서는 보랏 빛 꽃들이 쏟아져 나와 방안을 가득 채운다. 그는 평범한 아파트의 실내 공간을 바꾸고 싶어 한다. 일상의 공간을 꿈꾸는 공간으로, 물질적 사물의 공간을 상상에 의한 이미지에 의한 가능의 공간으로.
그는 밤에 일하고 고스란히 생활비로 사용하고, 낮에 일하여 작품 제작 및 활동비용을 댄다. 낮과 밤이 교차하는 동안 현실과 이상이 교차하며, 현실적 제약과 장애는 곧 꿈과 이상의 발생 근거가 된다.
그는 말하기를 2000년 ‘그림의 떡’ 이후로 현실적으로 작가 생활을 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상당한 시간이 흘러갔다고 하였다. 그 시간들의 억제된 부분들이 꽃이 되고 폭포가 되며 돈벼락이 되기라도 했을까?
다시 백남준의 말 한마디를 인용하고 싶다. 그것은, ‘개는 짖을지언정 웃지는 않는다. 인간은 세 번 웃지 않는다. 처녀의 일회성.(1959)’. 나는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정확히 모른다. 선문답 같은 이 말이 인상적으로 내 머리 속에 남아 있는 이유는 예술에 대한, 정신적 문제에 대한 단도직입적인 파격성 때문일 것이다. 예술적 행위에 대하여 군더더기 같은 설명이 필요할지 의문이다.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삶 가운데의 오묘한 문제를 말로 설명하기 쉽지 않은 것처럼 예술에 있어서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들은 직감적으로 결정되는 것들이 많다. 나는 일상과 상상 사이에 개재되는 미디어의 복잡한 문제들이 간혹 단도직입적으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놀라게 하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꺼번에 모든 것들이 충족될 수 없겠지만, 한 가지라도 그런 종류의 설득력이 느껴진다면, 그것은 미디어의 문제를 또 다른 차원의 것으로 몰아갈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