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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부팅”—한국 현대미술 중국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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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부팅”—한국 현대미술 중국전시회

黄篤(Huang Du, 중국 큐레이터, 미술비평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 <리부팅: 한ㆍ중 수교 20주년 기념 한국 현대미술 대표작가 중국전>(ReBooting: 2012 The Special Exhibition of the Korean Contemporary Art) 이 2012년 9월 11일부터 22일까지 베이징 옌황예술관(炎黃藝術館 Yanhuang Art Museum: China Minsheng Bank art organization)에서 개최되었다. 전시회 개막식에 많은 중국 및 한국 미술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김영순 커미셔너가 제시한 ‘리부팅’이라는 매우 매력적인 주제에는 한국 현대미술의 ‘리부팅’ 뿐 아니라 한∙중 양국 현대미술의 동아시아적 문화가치 추구작업의 ‘리부팅’이라는 이중적 함의가 내포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금번 전시회가 지난 20년간 중국 내에서 접했던 한국 현대미술전 중 학술적 수준이 가장 높은 전시회라고 생각한다. 김영순 커미셔너는 본 프로젝트를 총괄하게 되면서 베이징 소재 전시회장을 몇 번씩이나 답사하며 제한된 시간 내에 전시회 전체 구도 및 대표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거쳐 최종적으로 육근병, 이용백, 김아타, 배영환, 김지원, 안필연, 김종명, 이이남, 이기봉, 정연두 등 작가들의 뉴미디어 아트, 사진, 회화, 설치작품 등을 전시하기로 결정했다. 본 전시회는 관람객에게 생동감, 풍부함, 관념성 등을 전달하기 위해 개별 작품의 위치 및 작품간 관계의 공간적 배치를 통해 매우 리듬감 있는 전시를 구현했다. 즉, 작품과 작품, 작품과 공간, 작품과 관람객 간의 유기적 연계를 부각시켰는데, 이는 기획자의 심혈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판단된다. 전시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한국 현대미술 분야의 대표 작가와 작품, 그리고 한국 현대미술의 다양한 스타일, 관념 및 형식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전시기획자인 김영순 커미셔너는 금번 전시를 통해 동아시아적 문화 가치를 복원하고자 했다.
금번 전시회에는 최근 베니스비엔날레, 독일 카셀 도큐멘타(KASSEL DOCUMENTA), 한국 광주비엔날레 등 세계 예술무대에서 활약해온 한국 내 사진 및 뉴미디어 작가, 화가, 설치예술가 10명의 작품 31점이 전시되어 30년 역사를 지닌 한국 현대미술의 발전상을 유감 없이 보여주었다.
1층 전시장에는 비디오아트 작품들이 전체 공간에 걸쳐 유기적으로 배치되었다.
이용백의 뉴미디어 작품 <Angel soldier>는 2011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 전시된 작품으로 퍼포먼스와 연극적 요소를 접목한 비디오영상을 통해 아름다움과 폭력간의 변증법적 시각 철학을 전달한다. 즉, 아름다운 듯 보이는 사물 속에 불확실한 폭력성이 내재되어 있고, 언뜻 폭력적으로 보이는 사물 속에 어떤 아름다움이 잉태되어 있다는 것이다.
상기 작품과 함께 전시된 작가 육근병의 <불>(Messenger’s message>는 1992년 독일 카셀 도큐멘타에 출품된 작품으로 매우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비디오아트이다. 작품에 표현된 끝없이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통해 관람객들은 물질의 에너지와 확장성, 그리고 작품의 시각적 장력과 인간 내면에 타오르는 열정이 상호 호응됨을 느끼게 된다.
최근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멀티미디어작가 이이남의 작품<모네-진농-소치의 대화> 는 3대의 LED TV 화면으로 3개의 명화액자를 구성했다. 작가는 디지털기술을 활용하여 모네의 ‘일출’, 중국 청대 진농(金農)의 ‘월화도축(月華圖軸)’, 조선 말기의 문인화가 소치(小痴)의 ‘산수화’ 등 세 폭의 명화를 시공을 초월하여 교유하도록 함으로써 시적(詩的) 이면서도 모던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즉, 3대의 모니터 화면 속 그림들이 서로 넘나들며 상호 간섭과 위치 이동이 일어남으로써 애초에 그림이 가지고 있던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해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영상예술 언어와 형식이 구축된다.
이번 전시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본 작품은 비디오아티스트 정연두의 작품<공중 정원>(The Hanging Garden, 2009)이다. 이 작품은 양복을 입은 아나운서가 특정 사건을 이야기하는 영상과 해당 영상의 현장 제작과정을 보여주는 전체 뷰 영상으로 이루어지는데 작가는 역사적 다큐먼트(document)를 통해 분당신도시의 현실과 비현실 간의 경계를 보여주고자 한다. 정연두 작가는 실재하는 객관의 재현과 ‘진실된’ 주관의 구성을 통해 <보라매 댄스홀>, <원더랜드>, <내 사랑 지니>, <도쿄 브랜드 시티> 등 현실과 비현실(사진)이 오묘하게 접촉된 상태를 보여줌으로써 역사의 서술과 현실의 묘사라는 미묘한 관계 속에서 현실과 허구를 구분하기 어렵게 한다. 다시 말해 장소의 기억과 창조의 기억간에 전도가 일어나는데, 이것이야말로 예술 관념과 기술 미학(aesthetics of technology) 핵심이다.
정연두의 이러한 관념과 달리 작가 김아타의 <On-Air Project 153-1 The Monologue of Ice> 는 매우 ‘관념적인’ 영상작품이다. 작가는 얼음을 이용하여 실물과 흡사한 파르테논 신전 모형을 만든 후 2주간 상온에서 녹아 내리는 과정을 촬영하여 고체가 액체가 되고 액체가 다시 수증기가 되어가는 상태를 보여준다. 작가는 동양 철학적 관념에 기반하여 존재와 허무의 경계를 뛰어넘어 존재의 동일성과 지속성의 관계에 주목한다. 그는 얼음으로 만든 파르테논신전이 녹아내려 사라지는 것을 하나의 상징으로 하여 강고하기만 했던 현대 서양의 가치관이 변화하고 있음을 비유적으로 보여준다. 즉, 이 세상에 영속하는 것은 없고 모든 것이 변화한다는 이치를 암시해주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예술가 배영환의 미디어 설치 작품<유행가-천국의 문을 두드려요>( Pop Song- Knocking on the  heaven’s Door)는 도시의 우울과 향수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도시 담벼락 위 철제 방범창이 설치된 창문에 비친 한가하게 노니는 물오리 영상과 그에 어울리는 유행가를 함께 연출했다. ‘유행가’는 사회적 지위의 고하나 빈자와 부자를 가리지 않는다. 다만 세월의 기억을 지니고 있을 뿐… 본 작품이 지닌 관념적 가치는 관람객이 중층적 함의를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데 있다. 즉, 관람객의 시각에서 보면 오리가 특정 장소에 갇혀있는 것 같지만 작품 속 오리의 관점에서 보면 철창 너머 관람객이 집 안에 갇힌 것 같이 보인다. 이러한 점으로 볼 때 이미지가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고 각 개인의 경험과 느낌에 따라 받아들이는 메시지가 달라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2층 전시장은 공간이 높고 밝기 때문에 기획자가 나머지 작가 4명의 회화작품과 설치작품을 이 곳에 배치했다. 계단을 올라가 2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안필연의 거대 설치작품 <모멘텀momentum>이 눈에 들어온다. 거대한 나팔꽃 형태로 제작된 12폭의 천막 아래 2mx3.8m 크기의 타원형 황금알이 설치되었고 꽃 형태의 천막과 타원형의 황금알로 미니멀아트 형식을 구성한다. 그의 미니멀아트 개념은 물질을 넘어 우주의 무한한 생명과 인류의 생명의식을 상징한다. 이 작품은 일종의 의식(儀式)으로서의 느낌과 아시아 문화에 대한 기억으로서의 의미를 강하게 내포한다.
유화작가 김지원은 작품에서 맨드라미(‘Mendrami’: cockscomb) 를 소재로 하여 꽃의 다양한 자태와 표정을 표현했는데 꽃을 의인화하여 마치 초상화를 보는 듯한 생동감이 느껴지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꽃의 시점에서 모더니즘 회화의 질서를 타파하고 회화의 본질과 인류의 질박한 감각의 회복을 시도한다.
김지원의 회화작품과 달리, 화가 김종학의 작품 <Flame Flower>는 다양한 매개물을 통해 현실과 일루전 사이에서 회화의 본질을 탐색한다. 그의 회화는 사실주의, 표현주의, 컨셉츄얼, 미니멀아트 등의 예술언어적 요소를 꿰뚫고 있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손으로 그린 전통 회화의 수준을 업그레이드시킴으로써 대중적, 민간적, 전통적 요소들이 작품 속에서 융합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철판 위의 붉은 장미 이미지가 문화담론적 요소를 상징하고 있고, 회화의 이미지가 기성품 및 문자기호 등과도 결합되어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작가가 작품을 통해 시간의 지속성을 형상화하고 시각∙촉각적으로 조소적 느낌이 강한 공간을 구축하여 장르간 경계가 허물어진 포스트모더니즘적 화면을 구성했다는 점이다.
이기봉의 작품 To Last-Oblivion 은 다른 작가와 달리 한 폭의 서정적인 풍경과도 같다. 안개가 자욱한 풍경 속에 희미하게 드러난 나무들, 마치 흰색의 작은 글자처럼 보이는 수면 위에 상감된 작은 구슬들… 바로 이 모호한 풍경이 관람객에게 일종의 환각과 시적인 느낌을 준다. 부드럽고 묵중한 화면은 독특한 느낌을 전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자아에 대한 체험, 자연에 대한 감성, 영혼의 명상, 시적인 연상 등을 떠올리게 한다.
<리부팅> 전시회가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된 것은 우리에게 다양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한∙중 양국 현대 미술 모두 서구 모더니즘의 영향 하에서 20세기 구미 현대미술을 중심으로 하여 발전해오는 과정에서 자체 문화적 전통 및 개별적 느낌은 대부분 간과되었다. 따라서 동아시아 문화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세계무대에서 동아시아 문화 및 예술의 주도적 지위를 확립하기 위해 전시 교류 및 아티스트 간의 상호 교류가 특히 중요하다 하겠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리부팅’전이야말로 양국 문화에 대한 상호 이해 증진과 양국간 우호관계를 세계무대에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실천사례가 아닐까 한다.


참고:
필자명 영문표기: Du Huang
한국문화예술위원회: Art Council Korea.
커미셔너 김영순 영문표기: YoungSoon Kim

출품작가영문표기:
김아타 金我他 Atta Kim
김종학 金鐘鶴 JoNak Kim
김지원 金智源 JiWon Kim
배영환 裵榮煥 YoungWhan Bae
안필연 安畢姸 PhilYun Ahn
육근병 陸根丙 KeunByung Yook
이기봉 李基鳳 KiBong Rhee
이용백 李庸白 YongBaek Lee
이이남 李二男 LeeNam Lee
정연두 鄭然斗 YeonDoo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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