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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과의 소통: 김혜경의 미디어 與民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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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과의 소통: 김혜경의 미디어 與民樂

김혜경의 한국 문화 재단의 개인전 <미디어 Media여민락 與民樂>은 최근 몇년간 작가가 작업해왔던 작품들을 한데 모아 이를 대중에게 선보인다. 여기서, <여민락>의 뜻, “백성과 함께 즐기다”가 제시하듯이 이번 전시는 대중에게 공감을 일으키고, 대중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최근 작품들이 소개된다. 동양 전통 미술의 요소들을 디지털 애니메이션과 프로젝션 매핑으로 재해석하는 연구로 알려진 김혜경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실험적인 작품들을 보여준다. 네가지 주제로 나누어 졌고, 총 8점이 전시된다.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지 7년 밖에 되지 않는 김혜경 작가는 30대 초반에 동아시아 고미술사를 공부했다. 미술사 공부 외에, 작가는 디지털 아트 강의를 오랫동안 해 왔다. 김헤경 작가에게 늘 불만이었던 것은 “왜 한국 학생들은 서양 미술은 잘 알면서, 우리의 전통 미술사는 모를까?”였다. 이 질문을 늘 품으며 동아시아 전통 미술 작품의 미디움, 모티브, 문양 등을 작품에 도입하고 테크놀로지를 접목시켜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미디어 작품에 필수인 디지털 기기 외에, 작가가 쓰는 미디움은 동아시아 전통 공예 가구, 병풍, 도자기, 전통 초대 등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작품들을 뒷받침하는 작가의 아이디어들은 동양의 사상에 근거를 두고 있다. 특히 작가는 노자와 장자의 사상에서 나오는 일화들과 노장사상의 자연관들에 영향을 받았다.

작가의 대표작, 미디어 보화 (寶貨) (2015)은 장석 가구, 수많은 스와로브스키 보석이 박힌 초벌 도자기를 이용한다. 특히 중국 산수화와 한국 순백자 도자기에 심취된 작가는 공작새, 나비, 전통 건축에 나타나는 기하학적 문양 등을 발췌해서 작품에 담았다. 디지털 애니메이션을 이용해 이들이 마치 살아 숨쉬듯이 생명을 불어 넣었다. 프로젝터 빛에 반사된 크리스탈 보석들은 반짝반짝 빛을 낸다. 미디어 와유 (臥遊) (2013) 는 낮은 장석 가구와, 병풍, 초벌도자기를 사용한 작품으로써, 선조들의 동양화 산수화 감상법인 누워서 자연을 노니는 법, ‘와유 (臥遊) 사상’에 영감을 얻어 관조적 직관, 심정적 자유로움을 비디오 매핑과 결합해 표현한 작품이다. 미디어 락 (樂) (2011) 은 동아시아 회화와 공예의 전통 문양에 표현된 상징 기호들을 디지털 프로젝션 매핑 기술로 초벌 도자기들 위에 구현한 작품이다.

김혜경 작가의 작품이 살아 숨쉬도록 하는 비밀은 바로 포토샵, 애프터 이펙트와 같은 소프트 웨어를 쓰는 프로젝션 매핑 테크닉이다. 지난 1월 미국 플로리다 주의 남플로리다 대학 (University of South Florida, Tampa, FL)에서 워크샵을 진행한 작가는 프로젝션 매핑이 쉽게 배울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것을 학생들과 공유하였다. 국내에서 그녀는 포토샵 관련 책으로 인기있는 저자이기도 하다. 어떠한 울퉁불퉁한 물체이든 어떠한 3차원의 사물도 비디오 프로젝션의 표면이 될 수 있는 프로젝션 매핑 테크닉은 지정된 공간 안에만 비디오 이미지가 쏘아지도록 처리된다. 다시 말하면, 실제 사물 (the real)과 허상 (the illusion)이 결합 되면서 시각적 일루전을 조성하게 된다. 전통적으로 컴퓨터 모니터, 극장의 영상, 텔레비전 모니터, 핸드폰의 동영상, 자동차의 네비게이션에 이르기까지 스크린은 모두 직사각형의 형태이고, 우리는 이 수평 직사각형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드리고, 익숙해져 있다. 이 스크린의 역사는 또한 회화의 역사와도 연결이 되어 있고, 이 형태가 가상의 현실로 우리를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전원이 꺼졌을 때, 이 가상의 현실은 사라지고, 우리에게 남는 것은 재미없는 텅 빈 벽, 모니터, 기기일 뿐이다. 김혜경 작가의 작품은 디지털 기기가 돌아갈 때는 마술사가 요술을 부리듯 눈부신 하얀 빛의 공작새가 파닥거리고, 나비가 춤을 추고 생명감을 준다. 기기가 꺼졌을 때 흰색으로 칠해진 전통 한국 가구와 하얀 초벌 도자기가 그 존재를 드러낸다. 프로젝션 매핑이 비추기 이전에 이 사물들은 말없고, 정제된 고요한 실체이다. 김혜경 작가는 이 정제된 동아시아 전통의 요소들을 현대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결합시켜 새로운 장르의 미술로 거듭나게 하는데 성공한 듯 하다. 관람객은 그의 마술에 매료되어 작품을 경험하게 된다.

이들의 작품들이 바라보고 관조하되 강한 빛과 음악이 주는 영향으로 인해 동요되는 경험을 준다면, 김혜경의 다른 최근 작품들은 상당히 다른 방식의 효과를 노린다. 그동안 해왔던 비디오 매핑 기술과는 다른 미디어 호접몽 (胡蝶夢) (2017)은 우리나라 전통 촛대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 된 작품으로 나비모양을 한 철골 구조물과 LED 빛이 우리에 반사되 원형 형태의 조명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이는 감정을 붇돋우는 조명형태의 작업으로 MP3 파일을 사용하며 정보가 입력되 있는 메타데이터의 음악 장르에 따라 곡이 바뀔 때 마다 조명의 빛의 색과 밝기가 달라지게 되는 작품이다. 제목 호접몽은 “나비의 꿈”이란 뜻으로 사물과 자기와의 구별을 잊는 것, 바로 물아일체의 심경을 말하고, 장자의 제물론에 나오는 일화이다. 김혜경 작가의 작품에 주요한 삼요소 – 물리적 실체, 빛, 사운드—의 균형이 가장 잘 잡힌 작품이라 생각된다.

미디어 다담 (茶談) (2015)은 터치스크린, 근거리 무선통신(WPAN: wireless personal area network)와 온도감지 센서가 적용된 차 테이블 세트이다. 차가 일정한 온도가 되었을 때 찻주전자의 색깔이 파랗게 변하고, 찻잔을 테이블에 놓은 자리는 꽃들이 만발하게 된다. 작가는 다담만리(茶談 萬里), 차와 더불어 나누는 이야기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는 선조들의 풍습을 염두하고 만든 작품으로 이번 전시 제목인 “여민락”의 정신이 가장 잘 살아있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 테크놀로지의 유용성과 편리성을 도모할 뿐 아니라, 미학적 경험으로 끌어 올린다. 시각적인 경험 뿐 아니라, 후각, 촉각, 청각의 경험을 어우려 미술 작품을 직접 몸소 경험하게 한다. 모든 미술작품은 심리적으로 관객과 소통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한 미술작품을 인터렉티브 하다고 규정짓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으나, 김혜경 작가의 미디어 다담은 관객의 터치 없이는 완성될 수 없는 “원인과 결과”를 요구하는 말그대로 인터렉티브한 작품이다. 또한, 차 마시기 같은 일상 생활의 경험, 차 마시면서 수다 떠는 인간의 상호 관계를 염두하고 작품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것은 자본주의 체제로 인해 단절된 인간의 소통을 복구하고자 1990년대 일련의 작가들이 만든 실험적인 작품들, 니콜라 부리오(Nicolas Burriaud)가 규정한 “관계 미술(Relational Art)”, “관계 미학 (Relational Aesthetics)”과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부리오에 따르면, “미술작품의 역할은 더이상 상상과 유토피안적인 현실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선택한 스케일이 어떻게 되던 간에 존재하는 실제 상황에서 생활하고, 행동의 모델이 되는 것이다.” 관조적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한 프로젝션 매핑 기법의 작품들과 달리, 미디어 다담은 관람객의 참여, 상호 소통을 요구하며 북돋는다. 우리 삶의 한 면을 모델로 전시장 공간에서 경험하게 한다. 또한 동양 전통의 풍습을 미디어 작품으로 확장시킨 점은 많은 가능성을 불러일으킨다. 김혜경 작가가 다음에 무엇을 만들지 궁금하다. <미디어 보석함>, <미디어 세배>, <미디어 윷놀이>, <미디어 혼례식>, 아님 <미디어 장례식>?


이혜원 뉴욕 주립대학교(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Old Westbury) 미술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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