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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떡 2000-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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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과 현실, 가상 속의 가상으로서의 미디어 아트


장석원(전북도립미술관 관장, 미술평론가)


며칠 전 백남준아트센터에서 벽에 써붙인 그의 어록을 읽을 수 있었다.


「나의 실험 TV는 ’완전범죄‘를 가능하게 한 최초의 예술(?) 형식이다........... 나는 단지 다이오드를 반대 방향으로 바꿔 끼워 넣어서 “파동치는” 네거티브 이미지의 TV를 얻었다. 나의 아류들이 똑 같이 트릭을 쓴다면, 결과는 완벽하게 똑 같을 것이다............. 이것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의미한다..........


나의 TV가 내 개성의 표현이 아니라,


단지 “물리적 음악”일 뿐이라는 것을.」


미디어 예술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거인의 면모는 엉뚱한 곳에서 발견된다. 멀쩡한 TV의 다이오드를 바꿔 끼워 넣어서 파동치는 네거티브 이미지를 만들어 내어 이것을 예술에 적용시켰던 최초의 인물….


10년 전 광주비엔날레에서 일하고 있던 나는 당시 광주의 젊은 미디어 작가였던 박상화를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의 기획 전시에 추천했다. 박상화는 ‘그림의 떡’이라는 제목으로 설치 영상 작품을 출품하였다. 100개의 쌀 가마니가 쌓인 형태 사이로 10여개의 모니터를 집어넣어 햄버거, 피자, 치킨, 음식 및 과자 광고를 넣고 천정에 매달린 1대의 모니터에는 굶주린 아이가 쌀 가마니 쪽을 바라보는 영상이 나타나는 작품이었다. 현대 자본주의의 물질의 풍요와 낙후 지역의 어찌할 수 없는 빈곤의 대비가 작품의 초점이었다. 이 작품 제작에 드는 비용 때문에 그는 당분간 작품 활동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2002년 ‘Tower of Babel'에서 그는 자본의 상징인 뉴욕 무역센터가 먼지로 변하는 영상을 만들어 여전히 물질주의를 표방하는 현대적 삶의 양상에 비판적 메스를 가했다.


2009년 대인시장의 초청 전시에서는 시장을 가로지르는 통로 위에 돈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영상을 설치해 주목을 받었다. 시장이란 돈벌이에 민감한 곳이고 이곳을 지나 다니는 상인들, 손님들에게 돈벼락이라도 맞으라는 메시지로 보였다.


2010년 솔라 이클립스 롯데갤러리 초대전에서 그는 아파트 모양의 구조물에 구름, 새, 폭포, 눈동자가 나타나는 영상을 삽입했다. 아파트 창문이 열리고 닫히는 사이에 구름이 흘러나오고, 폭포가 떨어지며, 붉은 꽃들이 바람에 날린다. 최종적으로는 껌벅이는 눈동자가 각실마다 나타나다가 건물 전체를 뒤덮는다.


꿈 속의 꿈, 가상 속의 가상이랄 수 있는 이미지의 변신의 그의 작품에서 실제처럼 일어나고 있다. 미디어는 현실 공간을 가상으로 바꾸고, 더 나아가서 가상 속에 또 다른 가상을 만들어낸다. 그는 다른 백남준의 아류들처럼 다이오드 하나를 반대 방향으로 끼워 넣은 것일까? 아니면 여러 개의 다이오드를 바꿔 넣었을까? 하나씩? 동시에? 무엇을 위하여?


2008년작 'Inner dream-house'에서는 아파트 실내 공간 내부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벌여지는 현상들을 보여준다. 벽에 걸린 액자에서 폭포가 방 안으로 떨어지고, 식탁의 접시가 흘러내리며, TV가 몇 대씩 분화되어 바닥에 눕고, 벽에서는 보랏 빛 꽃들이 쏟아져 나와 방안을 가득 채운다. 그는 평범한 아파트의 실내 공간을 바꾸고 싶어 한다. 일상의 공간을 꿈꾸는 공간으로, 물질적 사물의 공간을 상상에 의한 이미지에 의한 가능의 공간으로.


그는 밤에 일하고 고스란히 생활비로 사용하고, 낮에 일하여 작품 제작 및 활동비용을 댄다. 낮과 밤이 교차하는 동안 현실과 이상이 교차하며, 현실적 제약과 장애는 곧 꿈과 이상의 발생 근거가 된다.


그는 말하기를 2000년 ‘그림의 떡’ 이후로 현실적으로 작가 생활을 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상당한 시간이 흘러갔다고 하였다. 그 시간들의 억제된 부분들이 꽃이 되고 폭포가 되며 돈벼락이 되기라도 했을까?


다시 백남준의 말 한마디를 인용하고 싶다. 그것은, ‘개는 짖을지언정 웃지는 않는다. 인간은 세 번 웃지 않는다. 처녀의 일회성.(1959)’. 나는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정확히 모른다. 선문답 같은 이 말이 인상적으로 내 머리 속에 남아 있는 이유는 예술에 대한, 정신적 문제에 대한 단도직입적인 파격성 때문일 것이다. 예술적 행위에 대하여 군더더기 같은 설명이 필요할지 의문이다.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삶 가운데의 오묘한 문제를 말로 설명하기 쉽지 않은 것처럼 예술에 있어서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들은 직감적으로 결정되는 것들이 많다. 나는 일상과 상상 사이에 개재되는 미디어의 복잡한 문제들이 간혹 단도직입적으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놀라게 하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꺼번에 모든 것들이 충족될 수 없겠지만, 한 가지라도 그런 종류의 설득력이 느껴진다면, 그것은 미디어의 문제를 또 다른 차원의 것으로 몰아갈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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