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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영평론-우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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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된 인간, 그리고 Flow


우선미(예술학, 경기대 강사)


“빛”은 예술가들에게 매력적인 소재이다. 빛을 통해 사물과 세상의 이미지를 반영하고자 했던 인상주의 화가들을 시작으로, 빛을 통해 사물의 이면을 보고자 했던 만 레이(Man Ray) 등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인공의 빛이 도시를 수놓게 되면서 밤과 낮이라는 시간이 무의미할 정도로 혼재된 시간 속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의 삶을 예술가들은 명민한 눈으로 관찰하고, 드러내고자 했다.

빛이라는 것은 우리의 시각이 세계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매개체로, 빛이 있어야만 우리는 어떤 대상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다. 그래서 빛은 시각과 뗄 수 없고, 그리고 그 시각을 통해 세계를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빛은 세계-존재-인식으로 이어지는 고리 속에서 근본적 기제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빛이라는 것에 예술가들은 많은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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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영 작가는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LED(Light-Emitting Diode)를 작품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Wave>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보여주는 바다 영상을 LED 조각을 통해 표현하였다. LED를 작업에 도입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주요한 이유는 형태를 가진 바다가 스스로 빛을 발하게 하고, 움직이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즉, 3차원의 입체 구조물 안에서 그 형태와 빛, 그리고 움직임을 스스로 발현하게 하기 위해서는 LED의 힘이 필요했던 것이다. 다시말해 손에 잡히는 바다, 빛을 통해 우리의 망막에 맺히는 신기루적 존재가 아닌, 손으로 잡히고 느낄 수 있는 실제로 존재하는 바다를 문명이 만들어낸 인공의 빛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것이다.


빛으로 형상화된 인간존재의 탐구


이번 개인전에서 보여줄 작품들은 빛에 대한 상징적 의미부여와 함께 가시적 효과로서의 빛의 실험을 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빛에 대한 1차원적 해석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의미화 작업과 함께 시각적 확장을 덧붙인 시도라고 여겨진다.

우선 빛에 대한 의미화 작업을 살펴보면, 인간 개체를 하나의 빛으로 상징화하여 그에 따른 움직임을 기록하고 편집한 후, 그 빛의 흐름들을 표현하였다. 이에 대한 생각의 단초는 최근 새롭게 나타난 관계도인 소셜네트워크로부터 시작한다. 페이스북으로 상징되는 소셜네트워크는 이미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넘어섰으며, 지구상에 살고 있는 현생 인류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세계에서 새로운 관계들을 맺으며 그들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관계도들은 작가가 그간 그려냈던 ‘인간적’ 시선들에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해준 시작점이 되었다. 이에 한걸음 더 나아가 작가는 개인적 존재들을 ‘빛’으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각 개인이 표출해내는 움직임과 인간존재 사이에서 빚어내는 관계, 그리고 인간과 세계와의 관계들을 빛의 흔적들로 만들어내고자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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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발현은 LED의 2010년 미디어파사드 작품인 <Sign1>을 시작으로 <Sign2>, <Sign3>에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Sign1>에서 빛을 인간 개체로 형상화시킨 작업을 처음 볼 수 있었고, 실제 퍼포머에게 LED 옷을 입혀 움직임을 기록하기 시작한 것은 <Sign2,3>부터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나아가 이번 개인전에서는 그 흔적들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퍼포머의 움직임이 빛의 흐름과 흔적으로 표현되어 “관계”라는 의미를 생성하게 된 것이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인간의 움직임이라는 것을 춤의 형식을 빌려 표현했다는 점인데, 개인이 빚어내는 움직임이자 세계와 소통하는 몸짓언어이며 본능적 움직임의 예술인 춤을 빛의 흐름으로 기록하여 인간존재에 관한 성찰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진시영 작가는 인간이 빚어내는 가장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움직임을 빛의 흐름과 흔적으로 표현하여 인간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세계가 소통하는 방식을 그려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공빛과 자연빛의 결합


또 하나 흥미로운 지점은 빛의 시각적 효과에 대한 탐구인데, 이를 인공의 빛인 LED와 자연의 빛인 자개와의 결합으로써 풀어냈다. 물론, 자개의 사용을 시각적 효과에 대한 실험으로 해석하는 것은 자개가 함유한 많은 맥락(context) 때문에 감각적인 효과 차원으로만 지나치게 단순화시키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그 맥락 때문에 전통과 현대의 결합이라는 상투적인 해석으로 치부할 수도 있음을 경계한 것이고, 작가가 그간의 작업에서 지속적으로 추구해왔던 기술매체 속에서 자연성의 발현이라는 맥락을 고려해보았을 때, 이러한 지점이 적절하다 판단된다.

그렇다면, 과연 원색의 강렬한 인공의 빛들이 자연이 만들어낸 빛의 산물인 자개와 무사히 어울릴 수 있을까? 인공의 빛들이 너무나 강렬해서 자연의 빛들이 숨죽여버리는 것이 아닐까? 수많은 의구심들은 빛이 형성하는 형태와 모양, 그리고 배치를 통한 조화로써 해결이 된 것으로 보인다. 자개가 들어간 모니터 프레임을 시선의 위치를 고려하여 사이즈를 조율하였고, 모니터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자개 프레임 위로 그 형태와 연결된 형상으로 빛 영상이 흘러나왔다. 서로의 형태와 가시적 효과를 침범하지 않은 범위 안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빛에 대한 시각적 효과에 대한 실험은 앞서 언급한 2008년 작인 <Wave>에서 그 시작을 불 수 있다. 일출과 일몰을 촬영하여 동시에 LED를 통해 나타냈었는데, 이때는 자연의 빛을 비디오로 촬영하여 LED의 인공빛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즉, 자연의 빛을 기술매체를 통해 기록하여 이를 LED라는 인공적 빛의 광원을 통해 발현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LED 빛의 움직임을 영상으로 기록하여 자연적으로 발현되는 빛과 함께 재현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연적 빛과 인공적 빛에 대한 시각적 효과 차원에서의 실험을 다양한 방법론을 가지고 시도하고 있으며, 단지 감각적 차원에서의 실험으로 머무는 것이 아닌, 인간의 기술적 매체와 자연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통로로서 해석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진시영 작가에게 “빛”이란 이처럼 다양한 맥락을 가지고 있다. 빛 그 자체는 아름다운 인간의 에너지가 발현된 것이라 할 수 있으며, 빛의 흔적들은 아름다운 기운을 내뿜는 인간과 인간, 그리고 세계가 만났던 그림자라고 할 수 있으며, 동시에 자연과 인간의 기술문명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통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과감한 빛의 실험으로 세계와 인간을 표현하고 있는 진시영 작가의 작품은 다양한 기술매체를 이용하고 있는 현대미술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을 구축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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