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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영평론-변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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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영의 작품세계


변길현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진시영의 미디어 작품에 있어 핵심적 주제는 소통과 흐름이다. 1995년 광주비엔날레에서 빌 비올라의 작품을 보고 낯설어하던 서양화과 학생의 신분에서, 이제 흐름(flow) 라는 주제를 관객들에게 던질 수 있는 미디어아티스트가 되기까지, 매체는 변했을지언정 그가 일관되게 생각하는 주제는 동일했다.


이번 작품의 시작점은 LED를 재료로 쓴 “물결(Wave)” (2008) 이라는 영상작품이였다. 학부에서 회화를 전공했던 진시영에게 색체의 근본은 항상 화두처럼 느껴지는 과제였고,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의 색깔을 표현하고, 스스로 비추어진 빛을 발하는 잔연물을 표현하는 데에는 LED를 이용한 영상작품이 최적이라는 판단을 했던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전시는 영상이라는 매체를 지속적으로 다루어 온 그의 작품세계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영상작품들은 주제와 소재 면에서 크게 두 가지 특징으로 나누어진다. 첫째, 이번 전시의 제목처럼 흐름(Flow)이라는 일관된 주제를 가진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흐름이라는 것은 작품에서 쓰이는 빛이라는 소재의 흐름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소통과 흐름을 염두에 둔 것이라 한다. 그렇다면 진시영은 그의 주제를 영상 면에서 완벽하게 구현한 것이다. 영상을 들여다보면, 점이 흐르고, 선이 흐르고, 색이 흐르며, 그것들이 어우러져 빛으로 조형화되는 미적 객체들이 등장한다. 즉, 아름다움의 대상물들을 빛으로 해체하여, 흐름을 통해 다시 복원하는 것이다. 순서는 역순이다. 작가가 관객에게 해체의 과정은 보여주지 않지만, 빛나는 점에서부터 시작해서 흐름으로 연결되어 형상이 나타나는 순간, 관객들은 흐름을 통한 미적 객체의 완성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는 그 완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과정에 있으며, 더 정확히는 흐름에 있다. 작품을 가지고 유희를 하고, 과정에 대한 관조를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작가 진시영은 스스로 미디어아티스트로서 완성의 과정을 향해 가고 있다.


둘째, 위에서 언급한 흐름이라는 그의 주제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전시에서 특기할만한 사항은 영상의 액자테두리를 나전칠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가 2010년에도 나전칠기를 액자의 소재로 이용한 적이 있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대부분의 영상작품의 테두리를 나전칠기로 하였다. 주지하다시피, 나전칠기는 한국의 전통을 상징하는 공예물로서 특유의 각도에 따라 변하는 아름다운 색으로 유명한 것이다. 이것 자체의 아우라가 대단하기 때문에 함부로 액자로 썼다가는 오히려 주인인 영상 자체가 죽을 수가 있다. 결과는 어땠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는 강하디 강한 나전칠기의 검은 바탕위의 찬란한 색상을 그의 영상과 조화시켰다. 그가 선택한 빛의 소재는 LED였고, 특수 제작된 의상을 입은 한국무용가가 추는 춤동작은 그 춤에 맞추어 편곡된 가야금 소리에 맞추어 녹화되고 특수영상으로 처리된 후, 빛의 선과 흐름으로 재탄생하였다. 이번 전시에 같이 출품된 회화작품은 LED 빛의 잔상을 담은 빛으로 그린 드로잉이자, 빛과 색이 가지는 찰나적인 아름다움을 회화적으로 정지시킨 그의 단면이다.


이번 7월 광주시립미술관 청년작가 초대전에서는 그가 지금까지 천착했던 FLOW라는 영상시리즈 이외에 영상을 회화로 재현한 전통적인 회화작품, 사진 작품, 설치 작품 등 영상 이외의 다양한 작품들도 같이 선보이게 되어, 그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신작 <운주사>는 한국의 전통적 소재를 빛과 영상으로 구현한 것으로서 진시영 작가의 새로운 도전으로 간주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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