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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프로와 99프로의 간극에서 소통의 미학을 찾는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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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프로와 99프로의 간극에서 소통의 미학을 찾는 예술가

윤익 /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1과장

일상에서 우리는 예술이라는 단어를 매우 많이 접하게 된다. 예술은 다양한 장르가 공존하며 미술은 그중 하나의 영역임에 분명하다. 현대에 이르러 미술이라는 장르의 예술은 더없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였고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현대미술이라는 단어를 전혀 생소하게 인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이와는 매우 확연하며 다르게 진행된다. 현대문명의 혜택을 누리며 현대적 교육과 삶을 영위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현대미술은 매우 낯설고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는 영역이다. 조금은 우화적인 표현이지만 이제 일반 대중들 에게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은 마치 예술이 이해하기 힘들어서 길다는 의미처럼 자칫 와전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는 현대미술이 지니는 커다란 모순이며 또한 아쉬움이다.

Life is so long, but there is nothing to do. The world is so big, but there is nowhere to go.(인생은 길지만 할 일이 없다. 세상은 넓으나 갈 곳이 없다.)는 작가 권승찬의 예술을 표현하는 일종의 슬로건이며 그의 작품 명제이기도 하다. 그에 의하면 이는 “한 나라 혹은 한 사회 구성원으로써 개인이 보편적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욕구와 욕망이 때때로 타인과 비교되어 상상, 소통, 행위, 긍정의 빈곤에서 오는 상대적 무력감에 대해 관객과의 말 걸기” 라고 한다. 이를 조금 설명하자면,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삶의 주체로서 많은 일을 이루어 내고, 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세계의 곳곳을 다녀보고, 이른바 성공했다는 말을 주위사람들에게 들어보고 싶은 바램이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스스로가 진정하게 자아적 주체로 살아감과 동시에, 한편으로 성공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이른바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욕망은 모두가 공감하며 또 그에 따라 많은 노력을 하지만 모두가 그 노력의 대가를 공평하게 누리지 못하고 때로는 삶의 출발선 역시 동일한 기준점의 적용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우리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좌절과 자책감을 조장하게 하여 일종의 포기심리에서 삶을 살아가게 하는 부정적인 요소를 만연하게 한다. 실제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다지 원치 않는 일을 하며 자신의 빵을 해결하며 살아간다. 이 또한 모두가 다 아는 우리의 삶에 관한 모순이며 아쉬움이다.

과거에 보통사람이라면 자신을 소개하며 등장했던 특별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던 시절이 있다. 하지만 작가 권승찬은 진실로 보통사람들이 살아가는 보통세상의 보통예술가 권승찬이다. 엘리트주의와 출세지향적인 오늘날의 세상은 진실로 우리 사회의 특정계급에 속하는 1프로만을 위한 세상처럼 느껴진다. 마치 우리의 삶의 목표 역시 성공만을 위한 삶이며 남에게 인정받고 사회의 지도층이 되어서 남의 앞에 설 수 있는 삶을 추구한다. 하지만 모두가 성공한 1프로의 삶을 살 수는 없다. 1프로의 주역과 99프로의 조연뿐이라면 우리주변 대다수들은 과연 실패한 삶인가 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 진정 우리가 생각하는 세상의 가치기준은 무엇일까? 작가 권승찬은 우리사회가 인식해야하는 전형적인 삶의 가치의 기준을 아마도 그의 주변에 존재하는 99프로의 조연들에게 그의 공감대를 맞추어 내는 듯 하다. 이러한 그의 발상은 그의 작품이 획득하는 특성으로 작가의 개인적인 표현을 통하여 사회적 소통의 코드로 드러난다.

2009년부터 아시아문화전당 공사가림막 펜스에 <THANK YOU>라고 쓰인 그의 대형작품을 보아도 작가의 관점과 삶의 철학이 드러난다. 멀리서 보면 단순하게 THANK YOU 라고 쓰인 간판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수많은 사람들의 바램과 삶의 기억들 그리고 참여한 사람들의 인물사진으로 이루어진 예술작품이다. 예향광주에 명운이 걸려있는 아시아문화전당을 생각하는 광주사람들의 다양한 생각들이 작가의 조형적 언어를 통하여 공적인 발언으로 예술작품의 옷을 입고 도심공간에 자리하였다. 권승찬 작가의 이작품은 수많은 광주의 보통사람들이 참여하여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하며 문화전당건립현장의 벽에 “감사하다”는 의미의 언어가 우리에게 안겨주는 여러 가지 정황의 해석으로 더욱 웃음을 주는 의미심장한 작품이다. 진정한 광주의 주인들이며 광주에 살아가는 광주사람들과의 소통과 조율 없이, 어느 날 발표된 아시아문화전당건립이나 오늘날의 진행과정들이 일반대다수의 시민들에게는 어찌 보면 그저 일부 특정 층의 그들만의 잔치처럼도 보이기 때문이다.

2009년과 2010년에 진행된 대인예술시장의 <OK공공식당프로젝트>역시 권승찬 작가의 타인들과의 소통에 관한 방법론을 볼 수 있었던 멋진 기회였었다. 시장 한 켠에 마련된 2층 공간에 차려진 소박한 식당에서 동료작가들과 서로 간에 당번을 맡으며 진행된 일종의 음식서비스는 서로를 보다 잘 이해하는 소통의 공간으로 그림이나 조각이 걸린 미술전시공간에서의 소통과는 다른 보다 실질적인 대화와 웃음들이 난무하였다. 미술문화판의 생산자들인 작가들 간의 대화와 가끔은 동네상인, 일반관람객들까지 참여하였던 OK공공식당은 어릴 때 즐겨보던 OK목장의 결투와 크로스업되며 우리시대의 진정한 주인공들인 일반 보통작가들과 일반 보통시민들이 삶과 예술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문화공간으로 진행되었었다.

간결하고 위트 있는 그가 즐겨 구사하는 메시지들은 일종의 블랙코미디처럼 우리에게 잔잔하고 소박한 감동을 준다. 세상의 모든 일에 때로는 전혀 간여할 의사가 없는 듯 제3자처럼, 대수롭지 않은 듯, 무관심한 듯 한 그의 표정과 말투, 제스처 역시 그 나름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광주시립미술관의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은 권승찬 작가를 “1프로와 99프로의 간극에서 소통의 미학을 찾는 예술가”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2012년 빛展 작가로 선정하였다. 그는 우리가 믿고 있는 절대적이거나 통념적인 가치에 대하여 끊임없이 의심하고 반전을 사고하는 현대를 살아가는 돈키호테와 같은 예술가이며 그의 작업 내면에 깊게 깔려있는 보통사람들과의 소통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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